愚步의 무개념무계획 도보여행
6일차
2011/07/23
어제 잠든 모텔.
아늑했다.
널부러진 짐들..ㅎ
9시 즈음해서 눈이 떠졌다.
더.. 잘까?
누워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건 분명 다시 자도 꿈꾸면서 잠을 설칠 것이 분명하다.
나가기로 결정!
쓴 돈이 있는지라 뽕뽑겠다고 한번더 욕조에 몸을 담군다.
아침부터 뜨끈한 물을 받아 물속에 몸을 담그니.. 아.. 천국이 따로 없구나!
이건 .. 아..아나스타샤!
목욕하면서 생각해보니, 모텔비 오천원을 깎았는데
쓰레기통엔 오천원이 넘는 맥주캔과 과자가 있다.
왠지 아주머니에게 미안해져서 빨리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충 씻고 짐정리를 마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후다닥 나온다.
이제보니 모텔명이 그랜드모텔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우리집 옆의 모텔도 그랜드모텔..!
감사합니다 (__ 밖에서도 꾸벅 인사하고 다시 출발!
쓰레기통 보면 욕할까봐 걸음은 빠르게!
가다보니 조치원 복숭아 파는데가 있길래..
저 멀리 있을때부터 하나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줄수도 있어.....
아니.. 안주면 그냥 하나만 팔라고 해볼까..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하면서
저 앞 걸어가는데 투명인간 취급 당함..
에잇!
맞은편을 보니 몸이 불편하신지 꼭 붙잡고 부축하며 걸으신다.
보기좋아서 찰칵.
슬슬 걷다가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려고 평소처럼 손을 뒤로 뻗는다.
근데..
엥..
없다.
잡히는게 없다.
아무것도..
뭔가 이상해서 메고있던 가방을 내려놓는다.
가방 옆이 비어있다. 깨끗하다.
내 물통 + 생수 2개..
물통.. 그 물통으로 말하자면
자전거 타면서 마시려고 산 보냉+보온이 가능하다는 기능성 물통으로서 무려 1만원이 넘어가는
물통인데...
(사실 보냉된다고 해서 집에있던거 냉큼 집어온건데 개뿔 시원하지도 않아서 언젠간 버려야지 생각하긴 했다)
근데..
이런 이별은.. 아니잖아요..
내가 원한 이별은 이게 아니에요...
한시간도 더 왔는데..
돌아갈까? 그냥 갈까?
갓길에 멍하니 서서 5분정도 고민.
결정은..
그대로 Go!
물따위 가다가 뭐 어디선가 얻을 수 있겠지..
하고 간다.
일단 걸으면서 물을 어디서 구해야 하나 저 멀리 보이는 주유소!
이거슨 운명의 데스티니!?
아직은 어색어색 열매를 섭취해있지만 꽤나 능숙한 여행자인척
물을 구걸한다.
사장님이 흔쾌히 주신다.
다른말도 필요없다. 그냥 주시는거다.
물 얻으러 오는 사람들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건지
횟수가 많은건지..?
그렇게 얻은 생수!
무려 초정수!
보기만해도 갈증이 사라진다
감사합니다 인사 드리고 다시 길을 떠난다.
물이 생기니 마음도 편안해진다.
슬렁슬렁 가다가 파워캡으로 파워 충전!!
맞은편으로 지나가는 자전거 행렬.. 10명 남짓 되는듯 하다.
나도 작년여름에는 한창 저러도 다녔는데.. 흐흐 재밌었다.
자전거는 혼자 타도 재밌지만 사람들이랑 같이 타도 참 재미있는것 같다.
근데 이상한건 자전거타면서 뭐 웃긴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냥 같이 타는 것뿐인데
여럿이서 타는 맛이 또 있다..
자전거 여행도 한번 가야지..
좀 걷다가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흰머리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분이 옆에 앉더니 시간을 묻는다.
시간을 가르쳐 드린다.
잠시 침묵 뒤, 내가 묻는다.
'낚시 가시나봐요?'
친목회 사람들이 닭이랑 개 잡는다고 먹자고 오라고 하셨다고 한다.
날 좋으면 낚시도 하실거라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을 75세 이선생이라고 기억하라고 하시며,
자신의 개똥철학 몇가지를 말해주신다고 하신다.
1. 낚시는 인간의 이기심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찌만 넣어놓고 물고기가 와서 물기르를 바라는..
찌만 넣어놓으면 절대 물지 않고, 놈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달아 놓으면 금방 잡힌다.
서로 먹고 먹히는...
(사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 이해가 잘 안됐다. 낚시 한번도 안해봤다.)
(2018 덧> 낚시를 꽤 해본 지금도 다시보니 잘 이해가 안된다 허허)
2. 건강이 최고다.. 내 나이까지 살아보니 인생무상이 느껴진다.
3. 비위가 좋아야 이런 상황속에서도 굶지 않는다.
4. 책만 읽어서는 소용없다. 이런 경험을 통해 책속에는 없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5. 배고파 보지 않은 사람은 배고픔을 절대 알지 못한다.
등등
여러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셨는데.. 기록들을 제대로 해놓지 않았다.
역시 기록은 중요하다.
그렇게 쉬다가 다시 출발!!
충절의 고양이란다.
음 충절..
크와아아앙
계속 걸으면서 딴 생각을 하는데 발은 계속 움직인다... 신기하다.. ㅋ
힘도 덜드는 것 같고.. 어제 잘 쉬어서 그런가?
거리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나? 라는 생각도.
가다가 큰 마트가 보이길래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거의 홈플 익스프레스처럼 거대하길래 당연히 세일 할 줄 알고 들어간건데..
900원... 고작 100원 세일 ㅠㅠ
거기닥 뭔가 불친절 해서 더 기분이 나쁘다.
물론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무는 순간 감정은 초기화.
흐흐
물도 다시 보충!
다시 천안시청쪽으로!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한다.
아까는 가볍다고 하더니 비가 와서 그런자 은근 힘든것 같다.
밥을 먹어야 되는지 마땅히 먹고 싶은것도 없고..
들어갈데도 안보이고..
배도 안고프고.. 버스 정류장에서 쉬는데 대체 버스정류장 의자는 왜 이리 높은거냐!
안되면 되게하라!
으쌰!
뭔가 묘하게 귀여운것 같아서..?
웰치스도 촵촵
가다가 보이던 제사상 같은 것..
가서 집어먹을뻔..!
배고파 진것이 분명한 것 같아 뼈해장국 집으로 들어간다.
배가 고팠는지 사진도 안찍음..크
들어가서 주문하려니,, 아주머니가 곧 나갈차림으로 시장 금방 갔따 오려고 했다고 하신다.
그래서 그냥 나가려고 했더니 괜찮으시다고.. 뭐 상관없다고 하신다..
염치불구하고 자리 않아서 밥 두그릇 폭풍 흡입!
사람은 배가 땡댕해야 한다.
그래야 뭐든 할 수 있을듯.
오래 있기는 눈치보여서 밥먹고 수첩에 글좀 끄적이다가 바로 나온다.
다시 천안시청을 향해!
슝슝 가신다
저~~ 멀리 보이는 충무로!
드디어 시청이 가까워 진다..!
당당히 서있던 유관순 동상
드디어 천안시청 뒷문에 도착!
근데..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감돈다.
원래 시청이면 일하는 공무원들도 많아야 하고 사람들도 어느정도 북적대야 하는데..
아무리 네시가 넘었다지만 그래도 왜 사람들이 안보이지...??
한참을 생각하고서야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참... 나도.. 며칠째인지만 알고 요일을 신경 안쓰고 이썽ㅆ다.
에휴 시원한 시청 물좀 받을 줄 알았는데!!
굳게 잠긴 문 앞에서 내 물통은 울고 있다.
에휴..
나와서 정자 같은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지도를 보니 아산시청은 꽤나 거리가 있따.
서두르면야 갈 수 있겠지만, 서두를 필요까지는 없으니..
잠시 누워있다가 다시 출발!
빠이염!!!
빠이!!!
안뇽~~~
아산 하이염!
저긴.. 시원할까..
가다가 하나로 마트가 보여서 든든한 포션 하나 구입한다.
호옹..?? 이런곳에 포장마차가..!?
가다가 보이는 삼성전자..
정말 컸다.
지도로 확인해보니 정말 크다.
와.. 회사에 무슨 터미널같은 시설도 있다.
신기했다.
정말 큰 기업이구나..
지나가는 내내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결론은 공부하자 였지만.. 제일 많이 생각한것은
오늘은 어디서 잘까나~~ 였다.
너네도 둘이 다니냐
초등학교를 가볼까?
아니면 교회?
음.. 아니야 교회는 내일 예배때문에 안된다고 할거야.
마을회관을 도전해볼까? 흠 되려나? 안될것 같은데..쩝
그래도 일단 도전이나 해보자.. 해서 찾아간
용두2리 마을회관
올라가보니 어르신들이 고스톱을 치고 계신다.
문앞에 서서 생각한다.
들어갈까? 말까? 되긴 돌까?
수상해보인다고 경찰 부르면 어떻게하지..?
별별 생각을 다한다.
물론 쓰잘데 없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문앞에서 10분은 서있었을까?
어깨를 누르고 있던 배낭이 무거워 질 무렵, 일단 부탁해보기로 한다.
나 : 안녕하세요 여행중인 학생인데.. 혹시 마을회관에서 하루 묵을 수 있을까 해서요
어르신 : 아 그래?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닌데, 이장한테 물어봐야해
나 : 혹시 이장님 댁이나 번호 알 수 있을까요?
어르신 : 아 잠깐만 기다려봐 전화해볼게
나 : 감사합니다!
어르신 2 : 여 들와서 앉아있어~~
그렇게 들어가서 앉아 있는데.. 저녁 먹었냐고 물어보신다.
안먹었다고 하니 짜장면 시켜줄까? 이러신다.
속으로 오 !!! 이런!!!!!!! 진귀한 현상이!!!!!!
라고 하지만 겉으로는
아, 괜찮습니다.. 했는데.
정말..
기회는
단.한.번 이었다.
두번다시 물어보시지 않으셨다.
인생은 한방이다.
조금 뒤 이장님과 통화가 되어서 상황설명을 하니
이쪽으로 오신다고 하신다.
오시더니 옆방을 열어주고 푹 쉬다 가라고 하신다.
아.. 이렇게 쉬운거였나? 참내
난 뭐때문에 그렇게 고민했던 걸까?
갑자기 알바했던 곳의 사장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내가 여행전 알바하면서 그냥 사람들한테 민폐 끼치기 싫어서
최대한 다 챙겨간다고 하니..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다 민폐는 아닐 것이라고.
그 나이엔 좀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하셨다.
아..
이 생각하니 치맥이 땡긴다(치킨집 알바였다.. 치맥 죽여줬는데 크)
하여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일기를 쓴다.
오늘도 역시 비 걱정 안하고 안심하고 잘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흔쾌히 허락해주셨던 방.
안보이지만 선풍기도 있었다.
도보경로 : 그랜드 모텔 - 천안시청 - 용두2리 마을회관
도보거리 : 약 25~30km
지출내용 : 아슈큐림 1500원 / 음료 2000원 / 점심겸 저녁 6000원 총 대략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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