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步의 무개념무계획 도보여행
3일차
2011/07/20
3일차. 3일이 지나서인지 조금은 익숙한 느낌. 어제 잠들기 전엔 분명히 아침에 라면을 끓여 먹어야지! 라고 다짐하며 잠들었는데, 막상 아침이 되니 귀찮다. 아침따위야 뭐.. 거르라고 있는것 아니겠는가! 텐트를 접고 짐정리를 한 뒤 평상에 가만히 앉아 어느쪽으로 갈지 생각한다. 음.. 좋아 진천. 어감이 좋다. 진천쪽으로 가기로 결정! 출발하기전 사뿐하게 한컷! 슬렁슬렁 출발하려는데 개놈들이 반갑게 짖어준다. 괜시리 줄끊고 따라와서 내다리를 씹어먹는거 아닌가 싶어 조용히 눈깔고 지나간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국도 따라 가는 길을 보여준다. 근데 어제 잠깐 그 길 초입을 지나가며 느낀건데.. 정말 고속국도 같았다. 몇번 국도더라.. 34번 국도였나? 하여튼 그곳은 차들도 쌩쌩 다니고, 인도도 없는데다.. 갓길따위 너무 좁아서 그냥 농로로 가기로 결정! 지도를 확대해서 찾아보니 산길(!?)로 보이는 샛길들이 내가 가려는 목적지와 연결되어 있다. 얼마안가 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어디로 가든 연결되어 있겠지?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집으로.. 아무곳으로 정한다. 둘중 어느 길을 택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오늘도 역시나 날씨는 죽여준다. 출발을 일주일이나 지연시킨 보람이 있어서 괜시리 뿌듯! 하지만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폭염특보라고 떠들어댄다..흐규.. 그래도 나름 새벽같은 아침(6-7시 경)이라 선선하다. 좌우로 논과 밭이 길게 펼쳐져 있는 길을 지나 걷다보니 나름 포장되어 있는 길 등장! 나름 오르막길이라 천천히 올라가고 있는데.. 옆에서 할아버지 한분이 자전거를 타고 슝 하며 올라가신다. 혼자 보면서 오오 저것이 할아버지의 내공인가! 하며 감탄하며 보는데.. 조금 오르시더니 냅다 내려서 끌바를 하신다.. ㅎ 역시 오르막엔 내공이고 뭐고 장사없다 끌바를 해도 나보다 빠르니 어느새 순식간에 사라지셨다. 길동무를 하나 잃었다.흑흑 그렇게 오르면서 고도를 높이지 보이는 저수지. 아마도 '하당저수지' 였던듯 하다. 근데 한켠에 쓰레기가 막 쌓여있어서 마음이 좀 그렇다. (2018년 덧 > 이때 당시엔 낚시꾼들이 버리는 쓰레기인줄 알고 속으로 욕했는데.. 이제와서 보니 많은 낚시꾼들은 자기들이 가져온 쓰레기 말고도 다른 쓰레기들을 정리하곤 한다. 나도 낚시를 꽤나 좋아하게 되었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ㅎㅎ) 샤워도 이틀동안 안해서.. 저수지 부근에서 좀 씻고 싶었는데 입수금지 표지판이 보인다. 죽은 사람이 많단다. 옴마 무서워.. 그렇게 저수지 옆길을 지나가다 보니, 나오는 샛길..! 큰산임도 라는 표지판 거리도 6키로 남짓 걷기엔 꽤나 적당한듯 하다. 산길이려나..? 아침을 안먹긴 했지만.. 6키로면 뭐 슬슬 가도 두시간 정도 거리겠거니 출발~! (이때까진 .. 아침을 안먹은 선택과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 할 지는 전혀 몰랐다) 나름 길이 잘 닦여 있어 기분이 좋다.. ㅎ 물론.. 입구만 이랬다 --; 다행히 입산통제 기간도 아니고~! 조금 올라가니 요런 자갈길.. 난 런닝화를 신었을 뿐이고. 자갈의 모양새가 내 발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 될 뿐이고.. 사람들이 왜 트래킹화를 좋아하는지 알것도 같다. 런닝화를 신으니 지압 효과가 있는 듯 하여 건...강..해진다 사람 하나 다니질 않고 여유로운 산길 사람이 없으니 차도 없고 매미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곤충들의 울음소리 산들바람. 부족한 것은 내 위장의 만족감 뿐이다. 잠자리나 찍으면서 살랑살랑 걷는다. 물론 아직 오르막 초반이다. 사람이 어지간히 쉬어가지 않은듯 보이는 벤치 슬슬 걷는다. 걷는다.. 걷...는다.. 이상하다. 내가 생각한건 이게 아니다. 오르막이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오르막이어도 한시간정도 가면 정상이 보여야 되는거 아닌가!? 뒷산인데!! 쉬었다가 멍때렸다가 간다. 슬슬 배가 고파온다. 이즈음 지나갈때 맞은편에서 한사람이 온다. 드디어 '큰산'에서 처음보는 사람! 등산복을 입고 있긴 하지만 동네 마실 나오신듯한 모습이다. 그냥 아침마실인듯.. 괜시리 정상에 다 와가는 듯한 느낌이! 가다가 옆으로 빠지는 샛길과 내리막길이 있다. 드디어 내리막길인가.. 라고 생각하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 한번 올라가보자! 라며 대책없이 결심한다. 경사가... 넘모하잖아.. 그렇게 긴 거리는 아닌데 경사가 심해서 가방이 뒤로 쏠려 뒤로 나자빠질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든다. 물론 정상에 오른 뒤 이런 생각은 바로 없어졌다. 꽤나 많은 산악회가 다녀간듯 좋다. 사진으로는 다 담지 못해 아쉽다. 눈으로 보니 좋다. 정상에서 한 컷. 이때 처음으로 삼각대를 사용했다. 한번이라도 써보니 괜시리 뿌듯! 삼각대 안가져왔으면 큰일날뻔 했다..ㅎㅎ 쉬면서 바람 맞다가 내려간다. 내려갈때의 급경사는 올라올때보다 더 힘들다. 하마터면 굴러 떨어질뻔. 말그대로 오프로드... 신발은 온로드용.. 꽤나 많이 미끄러졌다. 다행히 나의 운동신경으로 넘어지진 않음!! 후훗 벌써 단풍이!? 곤충들이랑도 놀고.. 아 내 경호원들.. 몰래 나왔는데 그새 내위치를 어떻게 알았는지.. 화암사란다! 혼자서 놀면서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다 내려왔다. 으아.. 대략 7시에 큰산 입구에 들어와서 시계를 보니 10시 40분 뭐여..!? 6키로따위에 3시간 40분이나 걸렸다. 배가 고파온다. 이름이 '큰'산이길래 그냥 어르신들 기원의식 같은 맘에서 이름 지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던 산인데 내딴엔 진짜 '큰 산'이었다. 그래도 이로써 산 한개를 넘었다! 라지만 평소에 등산 좀 다닐 걸 하고 생각한다... 500미터 짜리 뒷산도 힘들어 하다니 . 하지만 중요한건... 다 내려오고 나서 보니 물이 없다. 밥은 굶어도 상관 없는데 ... 물은 진짜 생명이다. '물이 생명이다' 라는 문구는 진짜 레알이다. 갑자기 단비라는 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 마을에 우물 파주는게 생각났다. 그거 진짜 좋은 프로그램이다 대충 둘러보니 집 따윈 보이질 않는데.. 포장도로가 깔려 있어서 5분정도 걷다보니 오..! 저 앞에 보이는 공장! 문이 활짝 열려 있어서 반갑게 들어가니 개미똥꼬 구경도 할수 없었다. 지나가다 보니 무려 크레신공장! 내가 아는 크레신공장이 맞나..? 크레신 헤드폰을 가지고 있어서 친숙한 기업인데! 이런것이 인연인건가!!! 반가운 맘으로 공장으로 향하지만 굳게 닫혀있는 문.. 폐공장된건가.. 정말.. 물좀 주오.. 터벅터벅 걷다보니 종갓집 비슷하게 생긴 집이 나와서 올라와보니.. 사람은 코빼기도 안보인다. 인기척따윈 없었따. 앞으로 펼쳐지는 요따위의 길. 집같은건 보이지 않는다. 수돗가 화장실 공원 아무것도 없다. 좌우로 논밭 쭉~~~ 뻗은 길.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잘 닦인 도로. 덥다..... 물도 없다.. ㅇ 도로 옆으로 작은 시내가 흐른다. 그거라도 마실까 하는데.. 2미터는 족히 내려가야 할듯 싶어서 이내 포기. 히치하이킹이라도 해야 하나 싶어서 잠시 쉬면서 생각하고 있는데 10분동안 차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에휴.. 그냥 걷자 오 저 멀리 보이는 건물! 공사장인듯!? 걸음이 빨라진다. 흐 내부수리? 를 하는 듯한 공장으로 보인다. 포크레인 조종하시는 분께 여쭤본다 '저기요.. 마실물좀 얻을 수 있을까요?' 하는데 아무런 대답 없이 가만히 있으신다. 어떤 신호지... 그냥닥치고 꺼져 이건가.. 싶더니 잠시후 포크레인에서 내리신다. 저기 컨테이너 안에 정수기가 있는데 문이 잠겨있다고.. 손수 열어주신다. 물 두통 빵빵하게 채우고 잠시 컨테이너 옆 그늘에서 쉬는데 불현듯 아침을 거른 것과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간다는 것이 생각난다. 아까 그분이 어디 가시려는거를 간신히 붙잡고 뜨거운물좀 얻는다. 뭐에 쓰려나고 되물으시길래 뽀글이 해먹는다고 했다! 츄릅. 냉큼 내려서 문을 다시 열어 주신다. 그러고선 냉장고에 김치 있다고 하시며 컨테이너를 그냥 열어놓고 차타고 슝..가신다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는데!? 그렇게 컨테이너 옆 그늘에서 뽀글이.. 빨리..빨리.. 하앜... 이거 먹으면서 눈물날뻔.. 훈련소에서 먹은 육개장 3개보다 맛있다. 진짜 꿀맛. 간만에 먹는 뽀글이라서 물조절 약간 실패지만 진짜 스프가루까지 다 싹싹 먹었다. 사랑합니다 소장님(?) 다시 출발! 잠시 가는데 마을이 나온다.. 허허 식당 같은건 없었지만 나무 아래 평상이 있길래 냅다 누워서 쉰다. 너무 쉬면 안되지.. 정신차리고 옆 시냇가에서 대충 옷가지를 빨고 평상에 널어놓고 다시 폭풍낮잠을 잔다. 너무 쉬는데 충실해서 사진이 없다 ㅎㅎ 꿀같은 낮잠타임을 가진뒤 다시 출발! 역시 폭염특보의 위력이란.. 땀이 질질.. 또 오르막길 .. 뭐여.. 다 올라오고 보니 통동재 란 곳! 가뿐히~~ 넘기고 다시 출발~! 터벅터벅.뜨겁다. 얼마 안남았어!! 가다보니 무슨 혁신도시 개발단지. 가게따윈 하나도 없고 덤프트럭은 엄청 댕기고 하여튼 별로인곳이다.. (지금은 다 완성 되었으려나) 드디어 진천이 가까워진다. 슬슬 물도 다 떨어지고 냉장고 고치는 듯한 곳에 들러 물을 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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