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1 도보여행

무개념 무계획 도보여행 2일차

가라멜 2018. 6. 2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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愚步의 무개념무계획 도보여행 



2일차

2011/07/19

어제 밤새 잠을 설쳤다.


가끔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소리와 텐트를 흔드는 바람.


자꾸 뭔가가 텐트를 쳐댄다.

텐트와 맞닿아 있는 내 발도 툭툭 친다.




확인하고 싶지만 은근 무섭기도 해서 그냥 눈 딱 감고 라디오만 들으며 잔다.


라디오를 자는 내내 켜두었다.


결국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기상.

알람을 5시 30분에 맞춰놓았는데도 더 일찍 일어나다니..

내가 이리도 부지런한 인간이었는가 깨닫는 순간이었다.

인간의 한계란..


잠을 제대로 못자서인지 몸이 찌뿌둥하다.

잠이라도 푹 잤으면 좋았을겄을.. 

아침은 먹을 것이 없고


일단 텐트를 정리하고 출발한다.


여전히 날씨가 좋다.



관리가 덜되어 있는 듯한 길을 지나다 보니

뭔가가 발을 툭 친다.

주워보니 담배.



거의 새것? 이라고 하기엔 물론 상태가 안좋지만 갯수는 새것과 같다.

마침 집에서 나올때 라이터를 안챙겨 나와서 사야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라이터 득템!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걷다보니 편의점식당(!?)이 있다. 신기하다.

편의점이 있고 그 안에 식당이 있다.

나도 같이 밥 먹을까 하다가.. 보는데 다 일하시는 분들이 먹고 있는 것 같아서

눈치보여서 그냥 편의점만 이용한다.


라디오에서 식혜 이야기가 나와서 급 식혜를 샀다.


포션으로 쓸 게토레이 1.5L 와 식혜, 삶은계란 3알


2일차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 소심하다..


계란을 까먹으며 경로를 어디로 잡을까 생각한다.

지도책을 펴놓고 보니...


눈에 띄는 음성..! 

음..음성..! 음성 좋아.

음성쪽으로 가기로 결정!




길을 보니 어제의 그 공업단지 거리도 끝난 듯 하다.

이제 사람구경좀 하겠다 생각하며 다시 걷기 시작.






(아직 달이..?)



날씨가 죽여준다.

라디오에서는 오늘도 역시 폭염특보? 폭염주의보라고 나의 사기를 꺾어주신다.


그래도 공업단지는 끝났으니 사람구경좀 하자 싶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댕기는데..

뭔가.. 뭔가.. 낌새가 좋지 않다.


뭣도 나오질 않는다.


다행히 내 촉이 잘못된 것이었는지, 나름 마을스러운 곳이 나온다.




걷다보니 나오는 갈림길

한곳은 국도 번호가 매겨져 있는 듯한 대로,

한곳은 지방도로 보인다.

지도 어플을 켜보니 둘다 내가 가려는 목적지와는 통하길래..


당연히.. 좁은길!

차 다니는 건 위험하고.. 소리도 시끄럽고 영 별로다.



여전히 날씨는 좋고,



그림자도 한컷.


다만 인도가 없다. 아슬아슬




풍경이 죽인다.

새소리도 들리니 좋고.

공기도 좋고.

근데 사람이 없다.


대신 장승이 날 맞이해 준다.


좀 걷다보니 편의점식당에서 채운 500ml 생수가 다 떨어졌다.

포션 사길 잘했다 싶어 생각하며 다음부터는 생수를 두개씩 들고다녀야 겠다고 생각했다.

포션이 다 없어지기 전에 가게 하나 나오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걷는다.





작은 개천

발담그고 싶어서 미치는줄..

근데 내려가는 길이 없다..ㅠㅠ

주변 아무리 찾아도.

2m 가까이 되는데 괜히 내려갔다가 올라올때 애먹을 것만 같아 잠시 쉬며 물소리만 듣는다.



아직 물집도 안나고 튼튼!



가도가도 시골..



가다가 정자 하나가 있길래 누워서 멍때리며 쉬다가 시계를 보니.. 

8시 남짓.

12시 전에 음성역 도착하려나 가늠해보니, 내 현재 걸음속도로는 절대 무리다.


뭐 무리할 필요도 없고 무리할 이유도 없으니.. 

포션도 아직 반이나 남아있었고.


 조금 쉬다가 다시 걷고.. 걷는다.





라디오 들으면서 흥겹게 걷고 있는데..

진짜.. 깜짝 놀랐다.

이어폰 꽂고 듣느라 몰랐는데

뒤에서 저시키가 코앞까지 따라와서 짖는거였다.

라디오 소리에 묻혀서 못듣다가 잠깐 조용해졌을때 개짖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 보니

깜짝 놀라서 발로 찰뻔 --;;



그렇게 무서운 시키를 멀리하고 다시 걷는다.


간만에 본 사람!

이른시간이라 사람이 없던 것일수도..

멀리서 보면 허수아비로 착각할 듯 하다.





그리고 시작하는 오르막길.

그래도 급경사는 아니라 슬슬 올라가기 좋다.

차도 거의 다니질 않으니 내 세상이다.


오르막길 끝에 와서 보니

나름 이름이 붙여진 고개 였다.

쇠실고개 정ㅋ벅ㅋ!

사실 고개라 부르기엔 별로 높지 않아서.




정상에서 좀 쉬다가 살랑살랑 내려온다.


여전히 날씨는 좋다.

저번주까지 그렇게 비 내리던 나라 맞나? 싶을 정도.


정말 우기와 건기가 확연히 구분된건가..

2012년이면 끝인가?ㅋㅋㅋ

(이 글을 쓰고 있는 2018년 까지 지구는 무사하다. 휴)


그렇게 걷다보니.. 음성이 다와간다.. 크크



혹시 모르니 찍어둔다.

(2018년 덧, 지금은 필요없어!!!)


음성 음성~~

음성~~ 



한시간여를 걷다가

어느 마을 보호수 아래 벤치에서 누워서 쉰다.

가끔 어르신들 도로로 지나가는데 뭔가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건.. 내 느낌만일거다 생각한다.

나무가 커서 그런지 그늘 아래 있으니 시원하다. 바람도 많이 불고.


음메~~

괜시리 셀카도 찍어본다.


너도 혼자니?


오리와 꼬꼬의 유혹을 애써 뿌리친다.

음성역에 가면 역이니까 식당도 많겟지!





드디어 음성군 입성!

예상외로 일찍 도착한듯 하다.. 싶은데 거리검색을 해보니


많이 남았다.

끄트머리.

거리를 가늠하고 보니, 소이역 즈음 가서 점심을 먹으면 되겠다 싶다.

가면서 심심하니 꽃사진도 찍어보고



수박농가가 정말 많았다.

맛있어 보인다.



가는데......

바닥에 떨어진 수박이 보인다.

아마 운송중에 떨어졌나 보다.

얼른 가까이 가서 상태를 봐야겠다!며 갔는데..

근처로 가니 맞은편에서 할머니 한분이 슬슬 오신다.

걸음을 늦춘다.

눈치를 본다.

다행히 할머니 소유의 수박은 아닌듯 하다.

할머니가 완전히 지나가실때까지 기다리는 꼬라지를 생각하니 이것.. 영 아니다.

아직 배가 덜 고픈가보다.

저런 귀한 양식을.

수박 정말 좋아하는데....



추적 추적 걷는다.




드디어 소이면 도착!

맞은편에 정말 훌륭한 공원이 있었다.(왜 안찍었을까)

지붕있는 벤치에 옆에 수돗가. 거기다 바람까지! 좋다. 흐


12시가 넘어서야 오늘의 세수를 한다. 하핫

보는 사람도 없었으니 뭐.. 

세수하고 머리감고 이닦고 발닦고 누워서 쉬다가..


이제 어쩌지?



(난 잉어 넌 잉여)

음.. 이근처에서 밥을 먹어야 할것 같다.

읍내로 나간다.

면사무소 앞 공원에서 읍내까지 걸어서 5분정도?

(읍내가 맞나..!?)

뭐 먹지...

항상 그렇지만 뭘 먹을지 고민.


결국 택한건 짜장면.

아무리 생각해도 쌩뚱맞다.

뜬금없이 짜장면이라니?


신발벗고 들어가서 가방풀고

메뉴판을 보니.. 헉.. 

짜장면 하나에 5천원.. 시골물가가 이리도 비싸단 말인가 ㅠㅠ

뭐 돈을 아껴야하는 여행은 아니지만 돈을 펑펑쓰자는 여행도 아닌지라..


그래도.. 폭풍흡수하고 공기밥까지 추가해서 싹싹 긁어먹는다.

(왜 사진을 남기지 않았을까 아쉽다.)


끙.. 배부르니 잠이 솔솔 올 것만 같아서

아까 그 공원으로 가서 내친김에 빨래해서 널어놓고

나무아래서 돗자리 깔고 본격적으로 쉰다.

엄청편하다.. 하악..


개미가 자꾸 덤벼들었지만 그냥 무시.


한껏 늘어지게 자다가 3시즈음에 다시 출발!



출발하기전 들른 슈퍼에서!

식후엔 역시 아슈큐림이지!

무려 파워캡! 힘이 아주 쫙쫙 쏟아 넘친다.

물을 얻을수 있을까 하다가..

파는 것 밖에 없다고 하신다.

아직 물 사먹을 정도는 아닌듯 하여 그냥 가다가..

다시 돌아가서 얼음물을 사온다.

(2018년 덧> 왜 슈퍼에서 물을 얻을 생각을 했을까? 기상천외한 또라이다)


다시 걷는다..

인도는 여전히 없다.

이상하게 화물차가 늘었다.

끙..



계속걷다가 발견한 공사장!

화물차들이 죄다 왔다리 ~ 갔다리~

지나가다가 경비실이 따로 있길래

냅다 가서 물좀 부탁한다.

경비아저씨가 흔쾌히 주신다.


포션은 다 떨어졌지만, 물은 빵빵!

(얼음물 1, 생수 1)



슬슬 걷다가

오리골도 지나고~ 



드디어!



음성역이다!

음성에 도착해보니,

음성이 반기문의 고향이란다.

오호.. 반기문..

(이당시에는 뭔가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몇년 사이에 이리 평가가 뒤바뀔줄이야..ㅋㅋ)



음성,,

조용해서 좋다.

나름 시내도 번화 한듯 하고.


아까 밥먹고 낮잠을 많이자서 그런지

어느덧 6시가 되어간다.

슬슬 잘 곳을 찾아야 한다.



가다가 슈퍼가 안나올것 같아

미리 할인마트에 가서 맥주 한캔과 뽕따!를 산다.

뽕따를 입에 물고 잘 곳을 찾아 방황한다.



반기문로도 걷고..


슝슝



슬렁슬렁 걷다보니 보이는 마을회관!

마을회관..! 에서 자면 좋겠지만 사람따윈 보이지 않는다.

소심하게 그냥 옆 정자에서 자기로 한다.

왠지 .. 내 성격에 이 평상에서 자도 되는지 물어봐야 속편하다.


지나가시는 할머님께 이장님댁이 어디냐고 여쭙는다.

회관 바로 옆집


갔는데 아무도 없다 ㅠㅠ

좀 기다리다가 다시 회관앞으로 나온다.


결국 어두워져서야 지나가시는 할아부지 할머니께 회관 앞 평상에서 텐트치구 자두 되냐니까 괜찮으시다고 한다.


결국 어두워져서 텐트친다.


텐트치고 라디오 틀어놓고.. 출출해지는 것 같다

어제 먹다 만 스팸 1/3 조각을 꺼낸다.


코펠따윈 필요없다.

버너만 꺼내서 불 피우고

젓가락에 꼬치처럼 꽂힌


 스팸조각을 굽는다.

맥주를 딴다.

노래를 듣는다.

별을 본다.


맥주 한캔과 스팸 한조각.


맛이 죽여준다.


라디오에선 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김광석 노래가 흘러나와 더욱 좋다.


맥주 한캔하고

물티슈로 대충 얼굴 닦고 취침한다.


어제보다는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2일차.


도보경로 : 충주첨단 산업단지 - 소이역 - 음성역 - 음성군청 - 하당2리 마을회관

도보거리 : 약 25km(주로 샛길로 다니고 돌고 돌아서 댕겨서 정확히 측정 불가)


지출

아침 : 식혜 + 게토레이 + 계란 3개

점심 : 짜장면 + 공기밥 / 아이스크림 + 얼음물

저녁 : 아이스크림 + 맥주 / 슈퍼에서 라면 2개 예비로 구매



총 14,000원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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