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1 도보여행

무개념 무계획 도보여행 1일차

가라멜 2018. 6. 1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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愚步의 무개념무계획 도보여행 



1일차

2011/07/18

시작에 앞서, 지난 번(옛날..) 다녀온 도보여행 후기를 블로그에 정리해야지.. 

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어느덧 7년이 넘어버렸다.

이러다간 10년을 채울 것 같아 조금씩이나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그때의 기록과 느낌은 희미해질대로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음... 독백투도 있을거고 대화체도 있으려나? 여행 후기에 딱히 정해놓은 양식은 없다.

뭐 출판할 것도 아니고 내맴이지

(아마 대부분 그때 당시에 디씨 여행갤러리? 에 썼던 글을 참고해서 쓸 듯 하다.)





그 어떤 것이든 '시작' 이란 설렘 반 두려움 반.. 이 아닐까


평소 같았으면 일어나지도 못할 5시 반 즈음 스스로 눈을 떴다. 

미리 싸놓은 짐을 챙기고 엄마에게 갔다올게~ 하고 출발한다.


터미널 가는길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아저씨가 내가 오늘의 첫손님이라고 한다.

소소한 것으로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괜시리 첫단추가 잘 꿰어진 느낌


근데 가면서 아저씨가 왜 혼자가냐고.. 애인이랑 같이 가야지? 하신다.

'없으니까 혼자 가야죠...' 이러니

'아니 요즘 애인 없는 사람도 있어!?' .... 이러신다..


그래. 있다 이아저씨야.... ㅠㅠ




집에서 시작하거나 경기도권에서 시작하면 왠지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냉큼 전철이나 시외버스를 타고 올것만 같아 일단 경기도는 벗어나자! 하고 생각했다.


물론 계획따윈 세우지 않았던 터라 출발 하루전(대략 출발 10시간 전쯤..?) 결정했다.




충북


충주 터미널 도착


너무 시골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좋았다.

롯데마트도 같이 있고.. 왠지 태안 터미널 같달까..

일단 첫인상부터 좋다.


음.. 어디서부터 가볼까 생각한다.

출발 직전 정한 시작지인지라 배경지식 따위는 없다. 전에 와본적도 없는 곳이기도 하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라고 하지 않던가

터미널안에서 벙쪄있는데 옆에 마침 관광안내소가 있길래 여쭤보니 탄금대, 중앙탑 등이 유명하다고 볼만하다고 하신다.




맑다.

날씨가 좋다.


첫날부터 기분이 좋다.




좋아, 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관광안내소에서 집어 온 충주 관광지도를 펼치고 천천히 걷는다.

장마가 끝난 직후.

라디오에서는 폭염특보라고 외쳐댄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탄금대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가는길에 '세계무술공원' 이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이런곳을 지나칠순 없지.



공원 내를 좀 걷다보니 저 멀리 '세계무술 박물관 개관' 이라는 플래카드가보인다.

날짜를 보아하니 한달도 되지 않았다.


깔끔한 환경에서 볼 수 있겠구나 하고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간 무술박물관


안내데스크에는 개미 한마리 없고,

모니터마다 에러메시지가 뿜뿜








그래도 나름 무기나 갑옷류 등을 전시해 놓았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세계' 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약간 부족한 듯 했다.

개관도 무언가에 쫓기면서 한 것인지 박물관 앞에도 계속 공사하고 있고..


박물관을 대충 둘러보고

좋게 생긴 정자가 하나 박물관 뒤쪽에 있길래

짐을 다 풀고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좋게 생긴 정자]


여기서 기분좋게 쉬고 다시 출발 한 뒤.. 

또라이짓을 했다.

미리 준비해온 초록색 두건을 정자에서 쉬면서 땀흘리는거 막는다고 머리에 둘렀는데..

짐 다 싸고 10분쯤 걸어나왔을때

갑자기 두거니 없어진 듯한 불길한 기운이 작렬했다.


첫날부터 이게 뭔가..! 하면서 다시 후진


가보니 있을 턱이 있나.

내 머리통을 고이 감싸고 있는데...


정자에 다시 온 뒤 사실을 알고 나서 좌절감에 미친사람처럼 웃었다.




(사진에서는 폭염특보가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그 상황에서 날씨는 더럽게 좋았다.


공원 안으로 더 들어가보니, 뭔가 연못을 아기자기 하게 꾸며 놓고 정자 같은 것도 있었다.


오오! 저것이 탄금대!!? 하고 접근해보니... 가까이서 보니 영 허접한게 그냥 일반 시청에도 있을법한 정자와 연못이다.


공원을 나오다 출구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소중한 식량이다]




터벅터벅 걷다 보니 나오는 탄금대 표지만.. 오르막길...

잉.. 탄금대가 그냥 정자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산 전체가 탄금대라니!

뭐 급할 건 없으니 천천히 둘러보기로 한다.


일단 올라가보니 보이는 안내소

아주머니가 심심해하시는 것 같아서 탄금대에 대해 여쭤보았다.

'탄금대가 어디에요?'

갑자기 아주머니 표정이 밝아지신다.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는데.. 점점.. 길어진다.


아주머니 .. 나 지금 뒤에 무거운 짐을... .. 무거워요..

가다가 역사 이야기 까지 간다. 삼국 - 마한시대까지 ..

사실 무거워서 귀에는 잘 안들어온다.













주욱 둘러보니 은근 괜찮은 곳이다.

낮은 산이라지만 산이라 그런지 공기도 좋고

(사실 충주 자체가 공기가 너무 좋았다)




주욱 돌다가 '열두대' 란 곳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도 정자가 있었는데, 사진좀 찍어달라고 하신다.

찍어드리니.. 덥다고 얼음물 하나를 주신다.


처음 받은 호의.

작은 호의겠지만 기분이 한없이 좋아진다.





[국궁 연습장 인듯하다]


[오라왈왈와로아로아뢍뢍ㄹ!!]


이때가 대략 12시 즈음. 슬슬 배가 고파진다.

내려가서 밥이나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며 탄금대를 내려온다.

다 돌고 아까 안내소 아주머니께 감사인사라도 하고 가려고 했는데 그새 교대하셨나보다.

전혀 모르는 분이 앉아있다.


내려가보니 시골이라 그런가? 식당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앞에 손짜장 맛있게 하는 집 이라고 있길래

냅다 경보하듯이 갔는데.. 하필 오늘이 정기휴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뭐 먹지.. 하면서 허덕이며 돌아다니는데 식당이 한개도 없다.


결국 헤매다가 왔던 길 되돌아 가서 뼈해장국집으로 갔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는데 시장하지 않았나보다.

맛은 그저 그랬다.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않았다)



다 먹고 난 뒤 옆 편의점에서 아수쿠림을 하나 먹었다.

이거 먹기 전에도 하나 사먹었는데, 왜 '사람재' 님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버틸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진짜.. 이건 짱이다. 꿀맛.

근데 50% 할인 따위가 보이지 않아서 아쉬움이 크다.


꿀맛 같은 아이스크림을 섭취하고 이제는 중앙탑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구름이 더럽게 이쁘다]

[갓길은 더럽게 좁다]


강도 있고, 산도 있고, 다리도 있다.



중앙탑쪽으로 가는데 마애불이 있다는 표지판이 있다.

음.. 초입부터 계단이 많아서 이걸 올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3초간 고민한다.

어차피 뭐 딱히 갈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고 가지 뭐!

올라간다.

다행히도 의외로 짧다.


(시작부터 겁먹지 말자)


올라가보니 정자에 아주머니, 아저씨 두분이 앉아계셨다.

난 그냥 근처 주민분들이 쉬러 오신줄 알고 

'마애불이 어디에요?' 라고 여쭤보니 저 아래쪽에 있다고 보고 오라고 하신다.

[마애불]



[마애불 앞마당? 에서 파노라마 한컷]


다시 정자로 올라가니 두 분이 정자에서 쉬었다 가라고 한다.

이 두분의 정체는.. 알고보니 문화재 관리하시는 분들이었다.

이곳에서 상주하시면서 문화재 관리 및 설명을 해주신다고 한다.


그러면서 문화재 이야기, 충주이야기 등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하도 많아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몇가지 꼽자면


아부지랑 꼭 목욕 같이 다녀라.

여행하면서 메모, 일기 잘 써라.

부모님한테 먼저 전화해라.

여행하면서 문화재 설명하는거 잘 찾아들어라.


등등..


근데 사실 너무 길었던 감도 없지않아 있었..

그래도 그 정자 자리가 명당인지 바람이 완전 시원하게 불어서 좋았다.


한 삼십분 쉬다가 가려는데 살구를 두알 챙겨주신다.


촵촵..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시 이제 중앙탑을 보러 고고싱!

[얘가 중앙탑은 아니다..]






[날씨는 여전히 좋다]






드디어 중앙탑 등장!


중앙탑 공원에 박물관도 있길래 보려고 했는데 휴관일이다.

왜 죄다 월요일에 쉬는가 ㅠㅠ


아이스크림 하나 촵촵하면서 

그냥 넘기고 다시 걷는다.

[남한강!!]


이제 슬슬 잠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다섯시도 넘은 시간.

해는 지려면 멀었다. 하지만 해지기 전에 정착(?!?) 하는 것이 좋을것 같기에..

흠.. 어디서 자야되나.


좀만 더 가볼까..


공원, 학교, 정자 다 무시하고 좀더 걷기로 한다.

(이 선택이 어떤 선택이 될지..)


걷다보니 공업단지? 산업단지로 들어왔다.

공장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닌데.. 일단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다.

분명히 국도지만 고속도로 같은 국도

인도도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인도.

무슨 유령도시인줄 알았다.


지도검색을 해보니 가다가 공원이 있단다.

오! 거기서 자면 되겟군 했는데..

막상 공원을 가보니....


정자도 없고 이건 뭐 사람이 이용한 흔적 자체가 없다.

땅에서 물은 솟아나오고...


결국 그대로 두시간을 넘게 걸어서 도착한 공원..

바닥에 흙이랑 자갈이 많아서 그것도 다 옆으로 밀어내느라 힘들었다.


[그렇게 안착한 쉴곳]


저녁에 배가고팠다.

라면은 있었지만, 물이 없다. 수돗가 조차 없다.

라디오를 들으며 가방을 뒤져본다.

오..! 스팸을 하나 챙겨왔었다.


스팸을 삼등분한다.

하나를 젓가락에 꽂는다.

버너를 킨다.

굽는다.



맛있다....정말.. 이건 천상의 맛이다.

양은 쥐똥만하지만 칼로리는 밥먹은거랑 비슷한 것 같아서, 물한모금 마시고

취침한다.


이날,

첫날이라 그런지 매우 불안했다....


누가 와서 나가라고 하면 어쩌나,

누군가 와서 강도짓하면 어쩌나,

차들은 쌩쌩달리고..

새벽에 공원에 운동하러 왔다가 경찰에 신고하면 뭐라고 말해햐 하나..?


잠들기 직전까지 불안감에 휩쌓였다.

그래도 재미있는 첫날 이렇게 끗!






 <1일차>


도보거리 약 16km

지출 : 충주까지 오는 차비 15,000원

        아이스크림 x 3  2800원

        점심(뼈해장국) 6000원

-- 총 2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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