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步의 무개념무계획 도보여행
13일차
2011/07/17
어제 교무실 선생님과 약속한 것이 있어서 꽤나 일찍 일어났다.
라고 하고 싶지만... 좌우로 날 지켜보던 동상들이 신경쓰여서 잠을 설치는 바람에
일찍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어제 비를 맞았더니 몸이 쑤셔서, 스트레칭좀 하고 나니..
와...! 라디오에서 애국가가 나온다.. 참.. 얼마만에 듣는 라디오 애국가인가?
몇년전만 하더라도 밤새면서 애국가 듣고 나서야 잠들기 일쑤였는데.
드디어 내가 아침형, 새벽형 인간이 된 것인가!!
라디오 들으면서 미적거리다가..
어제 사놓은 빵이랑 우유 우걱우걱..
수돗가를 찾기 시작.. 역시나 뒤편에 있는 수돗가
대충 씻고 가려는데 갑자기 오는 위험신호...
아.. 위기다..심각하다.. 일단 학교문은 다 잠겼고..
지도를 보니 10분만 걸으면 주유소..
아직 안개가 자욱하다. 날씨가 구리구리..
서둘러서 주유소로 향해 가고 있는데, 다가가보니.. 불이 꺼져있다 ..ㅠ
사무실은 셔터가 내려져 있고.. 아.. 위기인가.. 이대로 끝인가..
이렇게 절망하고 있는데..
화장실 문이 열려있다!!(사진이 증발했다)
(흔들리는 사진이 상태를 말해주고 있다..)
시원하게 해결하고,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고 나왔다.
다시 걷기.
걸으면서 마주오는 버스들이 중앙선 쪽으로 붙어주길래 인사를 하니
다들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주신다.. 뭔가..사소한 건데 은근 기분 좋다.
걷다보니 광천읍에 도착. 잠깐.. 광천하면 김인데!!? 광천김! 좀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근데 지나가면서 생각해보니 .. 지금 시각이 06:00 약간 넘은 시각..
아.............. 열려있는 가게가 있을턱이.. 없다. 심지어 버스도 별로 안다니고
거리에 사람 자체가 없다 ㅠ
가다보니 '토굴새우젓' 이란 간판이 많다.. 응? 광천이 새우젓으로 유명했었나..? 처음 와본 동네라..
갑자기 꼴뚜기 젓이 땡긴다. 참을까.. 집에 택배로 보내면서 좀 얻어먹을까.. 흠.....
근데.. 내 행색보고 돈만 받고 안보내면 어쩌지...
설마 장사하는 사람이 그러진 않겠지..?
이런저런 생각 하다가 휴게소 하나가 있길래 잠시 쉬어간다. 쉬고있는데,
식사하러 오신 화물차 운전사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아까 내려가면서 봤다고. 아직도 걷고 있었냐고 하신다.. 아마 새벽에 보셨나..?
어디서 부터 걸어왔냐고,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 하다보니.. 오 뭔가 이거
촉이 좋다. 밥이라도 한끼 사주시려나..? 마침 아침에 먹은 빵도 다 소화되서 출출해지려고 하는데!!?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기다리시던 동료분이 와서.. 그냥 바로 쿨하게 들어가심. 아.. 아..
하.. 하하.. 그냥 멍때리면서 앉아있다가 식당에서 물만 얻어서 출발.
물 얻으면서 가격표를 보니, 그럴만도 했다. 제일 저렴한게 7,000원. 너무 비싸~~~~
(가다가 뜬금없이 한컷)
다시 걷는다. 내일 서천 도착하려고 새벽부터 별로 안쉬고 서둘렀더니, 점심때도 되지 않았는데
허기가 진다. 물도 많이 먹었더니, 잘 들어가지도 않고... 가다가 슈퍼 하나 나오면 뭐라도 사먹으려고
마냥 걷는데 이놈의 시골은 그 흔한 구멍가게 조차도 없다 ㅠㅠ
그렇게 절망하며 걷던중 나오는 하나로마트! 진짜.. 여행하다 보니 하나로 마트가 진리다..
빵 2개 + 쿨피스 사서 옆 정자에서 먹으며 30분 휴식. 아.. 꿀맛이다.
푹 쉬고 다시 출발! 보령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간에 쉬려다가, 보령시청이 얼마 안남은것 같아 그냥 시청에서 쉬기로 한다.
가던중 발견한건데... 가방 허리메는 부분이 튿어졌다 ㅠㅠ 아.. 어쩌나..
이거 두꺼워서 세탁소에서도 안해줄텐데.. 우짜지.....
허리에 하중을 줄이니 그만큼 어깨로 하중이 온다. 가뜩이나 오른쪽 어깨가 좀 안좋은데......
에휴....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걷는데 보령시청이.. 꼭꼭 숨어있다.
계속 오르막, 오르막 오르막, 급 짜증난다.. 거기에 뭘 잘못먹었는지 신호가..
아..고지가 얼마 안남았는데.. 산깎아서 만들었는지 계속 올라가야 나오나보다.
시청건물이 보이자마자 경보로 뛰다시피 들어가 시원하게 처리하고.. 나와보니
흠.. 이상하게 조용하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앞 벤치에서 쉬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토요일이다! 헉..
주말이었다 .. 요일 개념이 없다.. 에휴..
사..
사..
사랑합니다 보령
다시 터덜터덜 걷는다. 서천을 향해! 서두르자! 근데 왠지 저녁까지 걸어야 할 것 같아
밥을 먹기로 결정했다... 지만.. 식당이 안보인다.. 시청근처인데 뭐 이래..
좌절하며 가고 있는데 저 앞에 보이는 중국집 간판! '
들어가기전 포션 한병 큰거 사고, 냅다 들어간다.
(요건 다 먹고 가다 갑자기 생각나서 뒤돌아서 찍음..)
들어가자마자 아주머니들이 막.. 환영해주셔서 깜짝 놀랐다;;;
밖에 엄청 더운데~ 하면서 선풍기 틀어주시고, 얼음물 가져다 주시고..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작년에는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이 왔었다고 하신다.
내친김에 핸드폰 충전도 부탁드리니 흔쾌히 해주신다.. 거기에 한걸음 더 ..
물좀 채울수 있을까요..? 여쭤본다.
참............
땡땡하게 얼은 얼음물 두개를 챙겨주신다 ㅠㅠ 더 주시려는거 너무 무거워질까바 거절했다..
짜장면 + 공기밥 폭풍흡입.. 정말 맛있었다..
(허겁지겁 먹다가 문득 생각나서 찍었다... 정말 맛있었음..)
아마 효동각? 효성각? 이었던듯.. 필히 들려보시라..
먹고 푹 쉬다가 출발.. 가다가 어깨가 영 뻐근해서 뿌리는 파스를 뿌렸는데..
뭔가... 와.. 이상하다... 이상해.. 무지.., 뜨겁다.. 꼭 화상같아.
혼자서 한 10분정도를 낑낑댔다..뜨거워서..
혹시나 싶어 살펴보니... 혈관? 핏줄? 같은 것이 툭 튀어나와 있다... 하아...
그리고 퍼렇게 멍든자국 같은것이 나온다.
대체 왜그런거지..
저번에도 몇번 뿌렸는데 이상 없었는데...ㅠ
흐규흐규 거리면서 가는데.. 길가에서 포도를 판다.
아.. 먹고싶다.
저수지를 끼고 죄다 포도밭,
'사현' 포도 라는데.. 유명한가? 첨 들어본다.
지나가면서 슬쩍슬쩍 쳐다보면서 한송이라도 얻어먹어볼까 기대해본다.
근데 역시나 Out of 안중.
관심 밖인거임.. 걷다가 6시 즈음해서 쉬면서 거리를 보는데..
도저히 내일 점심때까지 서천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
내일 점심.. 둘째이모 칠순잔치. 흠.. 참석못하는 부모님 대신 가는건데....
결국... 히치하이킹을 해 보기로 결정한다.
처음.
뭐든 처음은 설렘.
히치하이킹 시도.
화물차가 잘해준다고 했으니까... 화물차..중에서도 조수석이 비어있는 차..
까다로운 조건, 한대 지나가길래 소심하게 손을 든다.. 지나침.
몇대 지나치고 나서야 좀더 적극적으로 손을 흔든다...... 다 지나친다.
그렇게 10분여를 계속 손만 흔들었을까....?
갑자기 버스가 내 앞에 선다........... 읭...??
나 버스 안타는데..? 컥... 아마 여기가 버스 정류장이 었나 보다 ㅠㅠ
앞 문이 열리길래 얼떨결에 '서천 쪽 가나요?'
하고 물어본다.
기사아저씨 왈 '아 그거 웅천가서 직통타면 되 어여 타'
얼떨결에 돈내고 버스탑승..
어디서 직통탈지 다 가르쳐 주신다.. 하..
아.. 이러려던게 아닌데 뭐....뭐..지 ..
직통 매표소 갔는데 시간물어보니 좀 남아서
앞에 평상에서 벙쪄 있으면서 쌕쌕을 먹는다.
(꿀맛이다)
갑자기 아까 그 버스가 앞을 지나간다! 앞에 서시더니;
아직도 안갔냐고 ............. 빨리 가라고 ㅋㅋ 그 앞에서 표 끈으면 된다고 하신다 ㅋㅋ
아놔 ㅋㅋ 표 끈고 결국 기다리고 아저씨한테 감사인사 드린다...ㅋㅋㅋ
결국 그렇게 도착한 서천시내. 서천시내부터 이모네까지 다시 걷기.
어둡다.
그리고 무섭다.
개가 짖는다.
혹시나 해서 주위를 살피며 걷는다, 목줄 풀린 개는.. 무서운거다.
가로등은 너무 뜨문뜨문.
시골의 밤길은 무섭다.
기억을 더듬어 이모네 도착.
엄청나게 환대해 주신다 ㅋㅋ..
잠깐 씻고 나오는데 이미 밥상 다 차려놓으신다.
배는 안고픈데;;;;;;;;
밥 먹는다.
한그릇 더주신다.
더 넣는다.
배부르다..도저히 못먹는다..
아....... 좋다
샤워하고 ..
편안하게. 잔다.
도보여행 경로
대정초등학교 - 광천 - 보령시청 - 웅천 - 서천
도보거리
버스타서 정확히 모름
지출경비
간식(빵+쿨피스) 2500원
짜장면 5000원
버스비 4000원
총 1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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